아무도 안 보는 곳
유안진
수도원장이 한 수도사만 편애했다. 다들 불만을 토로했지
만, 원장신부는 오히려 당당했고, ‘그 까닭’을 알고 싶다고 요
구하자, 식당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사과 한 광주리를 끌고 온 원장은, 한 개씩 나눠주며 아무
도 안 보는 데 가서 먹고, 사과 속 숭텡이를 갖고 오라고 했
다. 다들 사과 한 개씩을 들고 나가서 먹고 돌아와 자리에 앉
았는데, 원장이 편애하는 그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게 하고서야 나타난 그의 손에는 사과가 그대로 들려
있지 않는가.
원장신부가 물었다 “형제는 왜 그대로 가져왔소?”
그가 대답했다 “아무도 안 보는 데가 아무데도 없어서요”
만족한 표정의 원장신부가 힘줘 말했다.
“내가 저 형제를 편애하는 까닭을 알겠지요?”
*시집『둥근 세모꼴』에서/ 2011.5.20 <서정시학>펴냄
*유안진/ 경북 안동 출생, 1965, 1967, 1967년『현대문학』3회 추천완료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물이 맑고 푸른 까닭은/ 이한종 (0) | 2011.06.24 |
---|---|
앞만 보고 달려온 물고기/ 이한종 (0) | 2011.06.24 |
내 남자의 사랑법/ 이미란 (0) | 2011.06.11 |
무반주 소나타를 들으며 생각한다/ 이미란 (0) | 2011.06.11 |
벽 2 / 박지현 (0) | 2011.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