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려온 물고기
이한종
앞만 보고 달려온 물고기는 자신의 지느러미와 꼬리
를 볼 수 없는 법, 큰사람이 되려면 앞을 보고 살라 하시
던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 앞만 보고 달려온 나는 어릴
적 제게 하신 할머니의 그 말씀이 뒤를 보고 살아야 한
다는 말씀인 줄 나이 쉰이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앞으로
만, 앞으로만 달려오다가 꼬리가 잘려나가고 지느러미가
잘려나가고 몸통이 잘려나가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삶
의 뒤가 몽땅 잘려나가 머리만 남은 나는 이제 음식물쓰
레기통에 툭, 버려질 일만 남았습니다
*시집『호사비오리』에서/ 2010.10 15 <북인> 펴냄
*이한종/ 경기 강화 출생,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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