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앞만 보고 달려온 물고기/ 이한종

검지 정숙자 2011. 6. 24. 03:04

 

     앞만 보고 달려온 물고기


       이한종



  앞만 보고 달려온 물고기는 자신의 지느러미와 꼬리

를 볼 수 없는 법, 큰사람이 되려면 앞을 보고 살라 하시

던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 앞만 보고 달려온 나는 어릴

적 제게 하신 할머니의 그 말씀이 뒤를 보고 살아야 한

다는 말씀인 줄 나이 쉰이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앞으로

만, 앞으로만 달려오다가 꼬리가 잘려나가고 지느러미가

잘려나가고 몸통이 잘려나가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삶

의 뒤가 몽땅 잘려나가 머리만 남은 나는 이제 음식물쓰

레기통에 툭, 버려질 일만 남았습니다 



  *시집『호사비오리』에서/ 2010.10 15 <북인> 펴냄

  *이한종/ 경기 강화 출생,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