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한
척
하태완
항상 그랬다.
나는 말을 융통성 있게 잘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알고, 때
로는 무척이나 개인적이며 정말 가끔은 이기적일 때가 있지만, 누
군가의 가슴에 비수를 습관처럼 꽂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러한 이
유들 덕분에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나를 미소로 대한다. 또한 나
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라 칭찬을 해주고, 나는 그 칭찬이 좋아 매
번 선의를 베풀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내가 수십 수백 번이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꿀렁이는 무언가를
참아가며 받아주고 또 달래줬던 타인의 감정 기복. 그 감정 기복
이 나에게도 가끔은 당연하게 찾아오고는 한다.
무거운 우울과 평소 같은 밝음의 지나친 반복.
누군가의 상처를 안아줄 줄만 알았던 나는, 정작 나 자신의 아픔
을 위로받는 방법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에, 그런 나의 어리숙하고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에
애초부터 나의 에너지를 보고 다가왔던 사람들은 곧장 등을 돌리
고 만다. 그 탓에 나는 살아온 시간에 비해, 곁에 머무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믿는 사람의 마
음에서는 내가 지워진 지 오래일지도 모를 노릇이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혼자가 편한 척을
가장 잘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항상 그랬다.
버릇처럼, 마치 의무처럼 그렇게 사람을 잃어왔다. 하지만 더 이
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놓쳐서는 안 될 사람이
누군지,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기에.
(pp. 20. 21)
헛된 기대로
가득 찬 밤
"내일은 행복하겠지."
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내일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일 걸 알지만,
그래도 행복했으면 좋겠자는 기대감을 갖고
잠자리에 드는 오늘 밤이다.
걱정이 너무도 많은,
요즘의 밤.
(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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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완 에세이 『모든 순간이 너였다』에서/ 초판 발행 1쇄 2018.2.16./ 초판 33쇄 발행 2018.4.3.<(주)위즈덤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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