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시>
이상애도李箱哀悼
이성범李成範
어둠이 썩는 밤 毒이沈澱하는 밤
밤의 무서운 침질때문에 그는 刻刻으로 죽었다.
그는문고리에매달려 아침을 찾었으나
오오!白日이여!
骸骨이여!
팽이같이 어지러운日月이여!
서글픈作戱였다
一切와의 切緣에서 그는 무엇을 얻었든가
「제논」의 화살에 맞은 그의心臟에선 피가흘렀다.
汚點같은位置에서 그는 몸부림처 달아나려했으나
길은 없었다.
피吐한 太陽이죽고 怨恨의달이 기우를때
그의 스스로의 싸움이 끝났다.
돌아온 아침이 視覺을잃었다.
森林에매달려 바람이 운다.
모든 事物은 喪服을 입으라.
-『자오선』, 1937.11.
* 이성범은 서정주와 함께 이상의 집을 방문했었다. 서정주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1935년 가을이었으니 제비 다방 파산 이후 몰락했을 때이며, 성천여행을 다녀온(일종의 정신적 도피였던) 직후였을 것이다. 청계천4가 언저리에서 을지로 4가로 가는 길목에 있던 입정정의 이 집은 그저 방 한 칸이었다. 서정주는 그 방을 "이상 자신보다 불쌍한 방이었다."고 기록했다. 두 번째 방문 때 이상은 서정주 무리를 이끌고 종로와 청계천 골목 일대 술집들을 밤새워 순례했다. 새벽녘에야 이 독특한 순례가 끝났는데 그때 이성범이 길바닥에 쓰러져 통곡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상과의 술집 순례 속에서 그가 겪었던 이상에 대한 정신적 충격이 그를 길바닥에 쓰러뜨렸던 것이다. 이상의 죽음에 대해 이성범이 추도시를 써야 했던 이유의 일단을 거기서 볼 수 있다./ 김소운의 시에 나오는 '희열과 침통의 순환소수'나 이 시에 나오는 '제논의 화살' 같은 표현은 이상의 어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상의 사유에는 그가 창안한 수학적 개념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한수의 개념이었다. 김소운과 이성범만이 이상의 '무한수' 개념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p.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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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범순 수정확정 『이상시전집 꽃속에꽃을피우다 2』2017. 12. 12. <나녹那碌> 펴냄
* 신범순/ 충남 서천 출생, 저서 『이상의무한정원삼차각나비』,『노래의 상상계』('수사'와 존재생태 기호학),『이상문학연구-불과 홍수의 달』외, 포항미술관(poma)에서 한국거석문명에 대한 전시를 했고 한국과 세계 암각화에 대한 여러 번의 강연을 했다. 현재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상 학회장, 한국현대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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