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삶
정숙자
늘 불행하다 외롭다 말했지만
돌아보는 그날들은 오늘에 비해 얼마나 즐거웠던가
대충 세운 희망과 미래도 무작정 믿음이 갔고
늙어진 어느 훗날은 행복하겠지
그때쯤엔 불행하지도 외롭지도 않겠지, 했다
그러나 그렇게도 믿었던 미래가 바로 오늘이건만
괴로웠던 청춘을 되돌아보며
그때가 행복했었다, 생각한다
이제 남은 건 죽음뿐
하지만 말이다
죽으면 편할 거라고 대충 믿고 눈감았다가
그때가 행복했었다, 고 다시 또
늙고 쓸쓸한 오늘을 돌아보게 된다면
내 무덤 속 회리바람*은 어떤 핏빛을 토해야 할까
-전문-
* 회리바람: 나선 모양으로 갑자기 빙빙 도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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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2009년 가을호
* 정숙자 /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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