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품에 남은 나의 시

우산/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8. 4. 22. 09:15

 

 

    우산

 

    정숙자

 

 

  살대 하나 부러지면

  빗방울 소리도 하늘도 찌그러지고

  보슬비마저 어깨를 무네

 

  태풍 부는 날

  우산살들은 앙다물고 버팅기지만

  몽달귀신 웃음 풀리면

  삽시에 하얗게 뒤집힌다네

 

  소낙비 무시로 들이치는 삶

  사과꽃 비둘기 햇빛쪽빛 섞이는 날도

  나는 우산을 생각한다네

 

  살대 하나

  어긋날까

  휠까

  곰팡이 슬까

  한울님- 한울님-

  활짝 펴 널기도 하지

 

  이끼 같은, 바위 같은, 물 같은 이웃들 모두

  쪽 고른 서까래로 지붕을 드리워줄 때

  행복은 모습을 드러낸다네

 

  나도 타인의 우산 속에서

  한 줄기 살대가 되어졌으면

  꾀꼬리만 한, 보름달만 한

  타인의 행복 속에서

  내 슬픔도 덩두렷! 떠올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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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먼 타임스》 2001년 5월 30일 수요일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이 화려한 침묵』『감성채집기』『정읍사의 달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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