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정숙자
살대 하나 부러지면
빗방울 소리도 하늘도 찌그러지고
보슬비마저 어깨를 무네
태풍 부는 날
우산살들은 앙다물고 버팅기지만
몽달귀신 웃음 풀리면
삽시에 하얗게 뒤집힌다네
소낙비 무시로 들이치는 삶
사과꽃 비둘기 햇빛쪽빛 섞이는 날도
나는 우산을 생각한다네
살대 하나
어긋날까
휠까
곰팡이 슬까
한울님- 한울님-
활짝 펴 널기도 하지
이끼 같은, 바위 같은, 물 같은 이웃들 모두
쪽 고른 서까래로 지붕을 드리워줄 때
행복은 모습을 드러낸다네
나도 타인의 우산 속에서
한 줄기 살대가 되어졌으면
꾀꼬리만 한, 보름달만 한…
타인의 행복 속에서
내 슬픔도 덩두렷! 떠올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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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 타임스》 2001년 5월 30일 수요일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이 화려한 침묵』『감성채집기』『정읍사의 달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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