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하재홍_시대의 눈물을 시로 닦는 나라(발췌)/ 사랑 : 쑤엔 지에우

검지 정숙자 2018. 1. 18. 02:09

 

 

    사랑

 

    쑤언 지에우(베트남, 1916-1985, 69세)

 

 

  사랑이란, 마음이 잠시 죽는 것

  사랑할 때만 사랑을 분명히 받을 수 있지 않나?

  정말 많이 주어도, 받는 건 아주 조금

  배반할지, 냉랭할지, 도무지 알 수 없고

 

  가까이한 순간은 이별하는 시간과 마찬가지

  달은 기울고, 꽃은 지고, 혼도 사라지리라 상상하니

  사랑할 때만 사랑을 분명히 받을 수 있지 않나!

  - 사랑이란, 마음이 잠시 죽는 것

 

  연인들은 어두운 우울 속에서 길을 잃지

  빛에 눈먼 사람들은 사랑의 발자국을 쫓지

  허나 세상 풍경은 고독한 사막

  허나 사랑은 연결된 실

  사랑이란, 마음이 잠시 죽는 것

     - 전문-

 

   ▶ 시대의 눈물을 시로 닦는 나라/ 베트남의 시(발췌)_ 하재홍

   "사랑이란, 마음이 잠시 죽는 것"이란 표현에서 시인은 '사랑 때문에 살고, 이별 때문에 죽는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는다. '주는 것'에 비해 '받는 것'이 아주 적다는 타산적인 사고 역시, 베트남 민요에 흔히 등장하는 헌신적 사랑과 완전히 생각의 결을 달리한다. "가까이 하는 순간"에서도 "이별의 순간"을 미리 예감하고, "우울"과 "고독"에 젖는 것 역시 전통적인 연애 감각과 상당히 다르다. 시인이 분명히 의도를 갖고, 기존의 시가에서 등장하는 사유체계를 배반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그러면서도 실제로 많은 연인들이 현실 속의 연애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서적 공통점을 갖는다. 

 

  (1945년 8월 15일 이후 '8월 혁명'을 통해 전국 모든 행정관청을 접수한 호치민 주석은 9월 2일 대내외에 베트남 독립을 선언한다. 이것이 만약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면, 지금의 베트남은 물론이고, 문학작품 세계도 완전히 다른 발전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독립선언을 한 지 불과 일주일 후 16˚선을 기점으로 북에는 중국군(장개석 군대), 남쪽에는 영국군이 프랑스군을 대동하고 주둔한다. 그리고 중국군과 영국군이 철수한 뒤 홀로 남은 프랑스군은 베트남을 다시금 식민지로 삼고자 전쟁을 개시한다. 결국 1954년 5월 7일 프랑스의 패배로 전쟁이 일단 종결되지만, 그 배턴을 미국이 이어받아서 다시금 전쟁이 개시된다. 1975년 5월 30일 종전까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인 베트남은 문학작품도 그 운명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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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2017-겨울호 <시와 글로컬리즘/ 베트남의 시>에서

  * 하재홍/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 베트남문학과 박사 수료, 중앙대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재학 중, 서울대 교육종합연구원, 하노이대 한국어과 강사 역임, 번역서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낮에도 꿈꾸는 자가 있다: 제주-꽝아이 문학교류 기념 시집(공저), 『물결의 비밀』(공저) 외, 문화교양서 『유네스코와 함께 떠나는 다문화 속담여행』(공저), 베트남어 교재  『엄마 아빠와 함께 배우는 베트남어』(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