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내리 엽서
-공놀이
문효치
돼지 오줌보에
바람 넣어 공을 만들어서
우리는 쇠정지 잔디밭으로 올랐습니다
푸른 잔디 위에서 공은
노란 달 같았습니다
발끝에 채여 튀어오르는
둥근 달을 보며
좋아라 좋아라
늦도록 공놀이에 골몰했습니다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우리의 달이 터져버리고 말았을 때
푸른 잔디밭에 널브러진
생애 최초의 절망을 보았습니다
*시선집『사랑이여 어디든 가서』에서/ 2011.2.28 <시월>펴냄
*문효치/ 전북 군산 출생, 1966년《서울신문》《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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