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남내리 엽서_공놀이/ 문효치

검지 정숙자 2011. 4. 22. 13:01

    남내리 엽서

     -공놀이


     문효치



  돼지 오줌보에

  바람 넣어 공을 만들어서

  우리는 쇠정지 잔디밭으로 올랐습니다


  푸른 잔디 위에서 공은

  노란 달 같았습니다


  발끝에 채여 튀어오르는

  둥근 달을 보며

  좋아라 좋아라

  늦도록 공놀이에 골몰했습니다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우리의 달이 터져버리고 말았을 때

  푸른 잔디밭에 널브러진

  생애 최초의 절망을 보았습니다


  

  *시선집『사랑이여 어디든 가서』에서/ 2011.2.28 <시월>펴냄

  *문효치/ 전북 군산 출생, 1966년《서울신문》《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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