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도 나무가 되었다
정숙자
길은 으레 갈라진다
갈라지는 길목은 미래로의 지시이리라
걷다보면 갈라지고 또 한참 가다 보면 예외 없이 갈라기지는 길
돌아보되 슬퍼할 필요는 없다
후회 역시나 금물
역행할 이유는 더구나 없고,
한 가지가 둘로 갈라지면서… 거기서 자란 한 가지가 또 둘로 갈라
지면서… 나무는 그렇게 본래의 하나로는 돌아오지 못하면서… 일
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그것은 바람의 일) 주어진 때를 걸어갈 뿐
인 것이다.
그래도 길은 어딘가로 훌쩍 떠난 게 아니다. 제 척추를 적셔 내린
뿌리에 기둥에… 새 잎과 가지에 간직하면서… 나무는 그렇게 나름
의 전형이 되어가고, 맘먹지 않았더라도 뜻밖의 날은 결국 그렇게
오고야 말고.
그리고 그 갈라짐-갈라섬은 새로운 Yes의 'Y' 성숙의 'ㅅ'인 셈.
나뭇가지와 길, 만남과 헤어짐이 그거였어? 지금도 어디쯤에선 찢
어지는 등이 있고, 그믐달이 된 나뭇가지가 있고… 새로 발맞춘 꿈
이 일겠지.
내 몸속 모세혈관도
그런 알고리즘 한 세트일까
상처 잦은 '나' 자신을 '무'로 돌리며
∴ 길도 나무인 거고
길과 길 벋어나는 지구도 수목인 거고
갈라짐-갈라섬 피할 수 없는 관계들 모두
자기갱신 긍정하는 비탈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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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문학』2017-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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