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29
정숙자
묻힘 잊힘// 하루에도 몇 번씩, 아니 줄곧 세상과 멀어질 생각을 한다.
왜 이렇게 세상과 맞지 않게 조립됐을까. 조여졌을까. 해결책 없는 몽상
에 사로잡힌다. 이 생각은 생각이라는 걸 줍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
어져 왔다.
산발적으로
끊어질 때도 있지만
그 사슬,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되돌아와서는 익숙히 다시 묻는다
산책로에나 딱 들어맞도록
제작됐거나 제시된
디아스포라
애까치를 묻은 게 2017. 5. 14.
그리고 오늘 2017. 7. 30.
얼추 두 달 반 사이
폭염 속 육탈이야 빨랐다 쳐도
거기 둘러준 돌멩이들 어디로 떴나?
표식이 사라진 나무 밑
찾을 수 없는 그 그늘
누가 날려버린 것일까. 흙이 한 짓일까. 나무가 그랬을까. 바람이 데
려갔을까. 돌들을? '지움'이 이리 쉬워서야 길이 꿈이 될 수 있는가. 그러
나 흙이 한 짓이라면, 나무가 그랬다면, 바람이 데려갔다면… 이제 또 자
라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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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시학』2017-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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