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이슬 프로젝트-29

검지 정숙자 2017. 10. 22. 14:38

 

 

   이슬 프로젝트-29

 

    정숙자

 

 

  묻힘 잊힘// 하루에도 몇 번씩, 아니 줄곧 세상과 멀어질 생각을 한다.

왜 이렇게 세상과 맞지 않게 조립됐을까. 조여졌을까. 해결책 없는 몽상

에 사로잡힌다. 이 생각은 생각이라는 걸 줍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

어져 왔다.

 

  산발적으로

  끊어질 때도 있지만

  그 사슬,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되돌아와서는 익숙히 다시 묻는다

  산책로에나 딱 들어맞도록

  제작됐거나 제시된

  디아스포라

 

  애까치를 묻은 게 2017. 5. 14.

  그리고 오늘 2017. 7. 30.

  얼추 두 달 반 사이

  폭염 속 육탈이야 빨랐다 쳐도

  거기 둘러준 돌멩이들 어디로 떴나?

  표식이 사라진 나무 밑

  찾을 수 없는 그 그늘

 

  누가 날려버린 것일까. 흙이 한 짓일까. 나무가 그랬을까. 바람이 데

려갔을까. 돌들을? '지움'이 이리 쉬워서야 길이 꿈이 될 수 있는가. 그러

나 흙이 한 짓이라면, 나무가 그랬다면, 바람이 데려갔다면 이제 또 자

라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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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시학』2017-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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