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을 맛보았다네
- 교통사고 트랙
정숙자
죽음은 맛볼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덥석 먹어야 하는 것이었네
죽음의 맛을 반추하는 건
히히히히힘든 일이네
그 순간의 기억과 허무에 싸여
무얼 계획하고 싶지도 않네
느닷없는 교통사고는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예예예예예고도 없이 언제든 다시
내 목을 끊어버릴 수가 있다네
지금도 뉴스를 틀면
‘죽었다’는 소식이 판치지 않나
나는 죽음 곁에 살고 있었네
나는 죽음을 방관했지만
죽음은 죽 나를 지켜봤던 것이네
게다가 날 놀리기까지 했던 것이네
-『애지』2010-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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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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