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퍼즐게임/ 김혜영

검지 정숙자 2011. 3. 30. 01:57


    퍼즐게임


     김혜영



  갑자기, 하얀 고무장갑을 낀 커다란 손이

  쳐들어왔어요. 엄마,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내려요.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불쑥, 금속 가위가 탯줄을 잘랐어요.

  엄마와 난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죠. 첫울음을 앙, 터트렸는데……


  주검과 탄생은 유쾌한 퍼즐게임

  비닐하우스에서 비겁한 싹이 돋아나고

  난 인큐베이터에서 포동포동 살이 올라요


  엄마는 날 볼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검과 탄생의 확률게임을 즐기지요.


  맞춰보세요. 서로 어긋나는 확률의 수치들을

  99.9퍼센트는 불가능하구요. 내가 당신의 연인이

  될 확률을…… 지구가 다시 태어날 확률……

  아, 축배를 들어요. 이 지독한 확률게임에서

 

  살아남았으니,


  내장이 비치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폭죽을 펑펑 터트리는 저 앙증맞은 애기똥풀.

 


  * 시집『프로이트를 읽는 오전』에서/ 2011.2.21 도서출판<지혜>펴냄

  * 김혜영/ 경남 고성 출생, 1997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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