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게임
김혜영
갑자기, 하얀 고무장갑을 낀 커다란 손이
쳐들어왔어요. 엄마,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내려요.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불쑥, 금속 가위가 탯줄을 잘랐어요.
엄마와 난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죠. 첫울음을 앙, 터트렸는데……
주검과 탄생은 유쾌한 퍼즐게임
비닐하우스에서 비겁한 싹이 돋아나고
난 인큐베이터에서 포동포동 살이 올라요
엄마는 날 볼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검과 탄생의 확률게임을 즐기지요.
맞춰보세요. 서로 어긋나는 확률의 수치들을
99.9퍼센트는 불가능하구요. 내가 당신의 연인이
될 확률을…… 지구가 다시 태어날 확률……
아, 축배를 들어요. 이 지독한 확률게임에서
살아남았으니,
내장이 비치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폭죽을 펑펑 터트리는 저 앙증맞은 애기똥풀.
* 시집『프로이트를 읽는 오전』에서/ 2011.2.21 도서출판<지혜>펴냄
* 김혜영/ 경남 고성 출생, 1997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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