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어머니의 집-3 / 장종권

검지 정숙자 2017. 9. 1. 02:05

 

 

    어머니의 집 - 3

 

    장종권

 

 

  부평 가족공원 평온당이 어머니의 새 집이다

  어머니의 집 중 가장 값이 싸다 그래도 임대다

  어머니 시집오시던 시절에는 잠시 당신 집이 있었다

  서울 올라온 후에도 어찌어찌 잠시 집이 있기도 했다

  그리고는 한 삼십 년 사글세와 임대주택을 돌고 도셨다

 

  어려서 아버지 여의시고 어머니 재가하시자

  당신 집은 고모집이 되었다

  아무도 없는 설움이 곧 집 없는 설움이 되었다

  집 없는 설움은 다시 복 없는 설움이 되었다

 

  어머니 평생 소원은 당신 집 갖는 것이었다

  그 꿈은 언제나 자식들로 인해 깨지곤 했다

  자식이 일곱, 일 년마다 어려운 자식이 하나씩 생겨

  칠 년을 버티고 나면 다시 그 칠 년이 돌아왔다

  그래도 친 년 후에는 언제든 집에 대한 꿈이 있었다

 

  이제는 아무도 어머니 집을 뺏을 수 없다

  너무 저렴한 집이라서 아무도 욕심내지 않는다

  게다가 임대이고 살아서는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 끝내 당신만의 집을 얻으셨다

  좀 빠르긴 했으나 아무도 어머니의 이사를 막지 못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시인이 "어머니의 평생 소원은 당신 집 갖는 것"이렀다면서,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야 "이제는 아무도 어머니의 집을 뺏을 수 없"는 "가족공원 평온당이 어머니의 새 집"이라고 가슴 아프게 진술할 때, 그 진술은 한편으로 꺾인 꽃처럼 어머니 역시 죽음으로써 그 자신이 새로운 우주로 아름답게 들어가게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머니의 죽음은 이 세상에는 없는 새로운 집을 얻어 새 삶을 사는 것이며, 그 죽음으로 흘린 피 한 방울은 아들인 시인에게도 새로운 우주를 열어준다. (이성혁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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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전설은 주문이다』에서/ 2017.7.31 <리토피아> 펴냄

  * 장종권 / 전북 김제 출생, 1985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아산호 가는 길』『호박꽃나라』등, 장편소설『순애』, 단편소설집『자장암의 금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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