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상사풀꽃/ 남효선

검지 정숙자 2017. 8. 24. 02:28

 

 

    상사풀꽃

 

     남효선

 

 

  밤새 책상다리를 하고 거울 앞에 앉았다

  밤은 길었다

  흐트러진 몸새로 속눈썹을 그렸다

  지웠다가 다시 그렸다

  속눈썹을 가늘게 가늘게 길게 뽑아 올렸다

  아침은 더디게 왔다

  석 달 열흘을

  거울 앞에 책상다리로 앉아 속눈썹을 매만졌다

  선홍빛 속눈썹에 새벽이 와 있었다

  문을 열자 아침 달이 뒷걸음질치며

  내려다보고 있다

  곁눈질이다

  상사풀꽃

  맨살 가슴 풀어헤치고

  속눈썹 발딱

  아침 달을 쫓는다

  속눈썹이 가늘게 떤다

  선홍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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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꽈리를 불다』에서/ 2017. 7. 28. <詩와에세이> 펴냄

  * 남효선/ 경북 울진 출생, 198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둘게삼』, 사화집 『길 위에서 길을 묻다』, 민속지 공저 『도리깨질 끝나면 점심은 없다』, 『남자는 그물치고 여자는 모를 심고』등. 현재 아시아뉴스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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