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바람을 기다릴까
정동수
꽃들이 미친 듯 벙글어가는데
적막을 물고 엎드린 골짜기엔 까마귀울음소리만
피어나고 있다
비상하던 날개 위에 떨어지던 햇살이
발톱에 찢겨진 허공으로 쏟아졌다 사라지고
깃들지 못할 빈집은
흐린 하늘에 묶여 달처럼 떠 있는
올 것은 오고야 마는데
오래전 사라진 바위도 먼지로 다시 일어서는데
우리는 어디에서 바람을 기다려야 하는가
수도암 극락정 문살에 쌓인 먼지는
어느 천 년을 견뎌온 바위였는지
문살을 휘게 하고 있다
티끌로 돌아가고 먼지로 돌아가고 먼 훗날
햇살 따사로운 이 문살에서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바람은 아직 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불어오는데
가지에 앉아 부리를 갈고 있는 까마귀
산중에 가두어놓고 있는 마음
흐린 하늘에서 두리번거리는 눈동자여
이번 생애에는 산을 넘지 말자
산을 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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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2017-여름호 <시에 시> 에서
* 정동수/ 경북 성주 출생, 2016년 『시와문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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