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디에서 바람을 기다릴까/ 정동수

검지 정숙자 2017. 5. 31. 16:42

 

 

    어디에서 바람을 기다릴까

 

    정동수

 

 

  꽃들이 미친 듯 벙글어가는데

  적막을 물고 엎드린 골짜기엔 까마귀울음소리만

  피어나고 있다

 

  비상하던 날개 위에 떨어지던 햇살이

  발톱에 찢겨진 허공으로 쏟아졌다 사라지고

  깃들지 못할 빈집은

  흐린 하늘에 묶여 달처럼 떠 있는

 

  올 것은 오고야 마는데

  오래전 사라진 바위도 먼지로 다시 일어서는데

  우리는 어디에서 바람을 기다려야 하는가

 

  수도암 극락정 문살에 쌓인 먼지는

  어느 천 년을 견뎌온 바위였는지

  문살을 휘게 하고 있다

  티끌로 돌아가고 먼지로 돌아가고 먼 훗날

  햇살 따사로운 이 문살에서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바람은 아직 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불어오는데

  가지에 앉아 부리를 갈고 있는 까마귀

  산중에 가두어놓고 있는 마음

 

  흐린 하늘에서 두리번거리는 눈동자여

  이번 생애에는 산을 넘지 말자

  산을 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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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2017-여름호 <시에 시> 에서

  * 정동수/ 경북 성주 출생, 2016년 『시와문화』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