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테제*의 봄/ 이령

검지 정숙자 2017. 5. 31. 16:32

 

 

    테제*의 봄

 

    이령

 

 

  머리에 꽃씨를 심지 마세요 씨앗은 불행의 시작입니다 가급적 색을 띠

지 않음이 행복의 근원입니다 꽃을 기다리지 마세요 화단엔 똥내가 지천입

니다 죽음이 삶의 시작이라는 건 명백한 오해입니다 책 속 불가지의 궁극

적 실체는 모두 화단 밖의 일이니까요

 

  시들다 곤죽이 된 칼라와 쥐꼬리망초와 로벨리아 꽃잎은 잉여의 기도를

낳고 당신의 봄을 화단에 가둘지 몰라요 생은 악취 외에 무엇을 남기나요?

행복은 오해로부터 시작되고 오해에서 오해로 점점 멀어지는 중이죠 당신

은 아직도 꽃이 꽃씨 속에 있다 착각하나요?

 

  죽음과 삶은 동시발아 중이죠 표정을 감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삶

과 죽음이 달라야 합니다 넌출거리는 봄, 삶의 경이적인 표현은 모두 화단

밖의 일이니까요 그러니 우린 화단을 만들어 꽃씨를 심을 것이 아니라 꽃

을 품어 화단을 벗어나기로 해요 당신, 심장은 지금 어느 계절에 닿아 있

요?

   -전문-

 

  * 논리를 전개하기 위한 최초의 명제 또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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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2017-여름호 <신작시> 에서

  * 이령/ 2013년 계간 『시를사랑하는사람들』로 등단, 시집『시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