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밤 11시 52분/ 김준구

검지 정숙자 2017. 5. 14. 00:53

 

 

    밤 11시 52분

   -2008.05

 

    김준구(1944~2016, 72세)

 

 

  달리는 지하철 한 칸.

  7명 좌석이 3줄로 마주보고 있고, 양끝에 3명 좌석이 마

주보고 있다.

  오늘 하루 고달픈 사람, 계산하기 싫은 사람,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해 계산한다면

  이 열차는 54명 좌석으로 되어 있다.

 

  빈자리가 8곳인데 서 있는 사람이 3명 있다.

  둘러보니 9명이 졸고 있고, 2명이 정면을 응시하고, 책보

는 사람 5명, 신문 읽는 사람 1명, 전화하는 사람 24명, 무

표정한 사람7명, 두리번거리는 사람 1명이다.

  배낭 맨 사람 2명, 잠바 입은 사람 11명, 청바지 압은 사

람 8명, 넥타이 맨 사람 3명, 노타이 차림 10명, 블라우스

입은 여자 6명, 바지 입은 여자 9명이다.

  여자가 20명, 남자는 29명이다.

  핸드폰 든 사람 24명 중 여자기 16명인데, 그래도 조용한

편이다.

 

  실내 조명은 흐리고,

  몇 분 지나면 이 풍경은 지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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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고시집『동행기』에서/ 2017. 5. 5. <한국문연> 펴냄

  * 김준구(金僔九)/ 1944년 서울 출생, 2013년 『시사사』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