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52분
-2008.05
김준구(1944~2016, 72세)
달리는 지하철 한 칸.
7명 좌석이 3줄로 마주보고 있고, 양끝에 3명 좌석이 마
주보고 있다.
오늘 하루 고달픈 사람, 계산하기 싫은 사람,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해 계산한다면
이 열차는 54명 좌석으로 되어 있다.
빈자리가 8곳인데 서 있는 사람이 3명 있다.
둘러보니 9명이 졸고 있고, 2명이 정면을 응시하고, 책보
는 사람 5명, 신문 읽는 사람 1명, 전화하는 사람 24명, 무
표정한 사람7명, 두리번거리는 사람 1명이다.
배낭 맨 사람 2명, 잠바 입은 사람 11명, 청바지 압은 사
람 8명, 넥타이 맨 사람 3명, 노타이 차림 10명, 블라우스
입은 여자 6명, 바지 입은 여자 9명이다.
여자가 20명, 남자는 29명이다.
핸드폰 든 사람 24명 중 여자기 16명인데, 그래도 조용한
편이다.
실내 조명은 흐리고,
몇 분 지나면 이 풍경은 지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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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고시집『동행기』에서/ 2017. 5. 5. <한국문연> 펴냄
* 김준구(金僔九)/ 1944년 서울 출생, 2013년 『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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