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최종고 교수 시화집 『아름다워라 프라이부르크』전시회 환영사/ 토마스 뷔르텐 베르거

검지 정숙자 2017. 4. 28. 23:49

 

 

최종고 교수 시화집 『아름다워라 프라이부르크』(2009.12.1. 현기획)

   

 

전시회 환영사

 

토마스 뷔르텐베르거(프라이부르크대학교 법학교수, 총장 법률고문)

 

 

친애하는 최 교수, 동료 및 하객 여러분,

쉬버 부총장이자 총장 지명자께서 휴가를 가시면서 저에게 오늘 프라이부르크대학교의 이름으로 개막식을 개최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이 부탁을 저는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우리의 동료 최 교수의 그림 전시는 우리 대학박물관에게 매우 의미 있는 한 사건입니다. '우니세움'이란 개념은 프라이부르크에서 발명되었으며, 우리 대학의 표지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박물관과 학문적 삶을 하나로 연결시킵니다. 오늘의 전시는 이런 우니세움의 개념에 하나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그것은 대학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예술에 제공되는 것입니다.

 

동료 최 교수의 그림 전시는 '동아시아 문화와 독일 문화의 비교'라는 중요한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최교수는 법학과 미술학의 접점에 서 있는 상징 연구를 해 왔습니다. 그는 동서양의 문화 영역에서 광범한 연구와 세계적인 강연으로 정의의 여신 상징을 역사적이고도 문화적인 접근으로 수행하였습니다. 그의 정확한 미술사적 분석은 이미 그를 예술의 아름다움과 진실을 이해하는 학자로 인정받게 하였습니다. 지난 7월 초에는 우리 법과대학에서 법과 정의의 상징에 대해 초청 강연을 들었습니다.

 

오늘 그의 프라이부르크와 주변에 관한 그림들의 전시를 개최하는 것은 그의 예술가적 실천의 한 걸음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의 그림들은 지난 수십 년간의 섣부른 스타일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쉽게 추상화되는 안목으로 표현되는 자연과 풍경에 관한 것들입니다. 그의 그림은 사실주의에 속하지만, 어느 부류에 소속시키기에는 부적합합니다. 일시적인 예술사의 카테고리에 맞출 것이 아니라 최교수의 그림에는 법학적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 교수의 그림을 해석하기 위하여 예컨대 연방헌법재판소의 형식을 이해하려 해봅시다. 그의 그림은 섬세한 선과 매우 미묘한 색깔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유럽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색채는 인상주의의 형성 요소로 기억됩니다. 동아시아적 관점에서는 연필과 붓의 섬세한 놀림, 자연의 구성에서의 안정감, 연한 채색을 보게 됩니다.

연방헌법재판소의 예술 정의로 돌아가 보면,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따라 예술은 항상 새롭고 항상 광범한 해석을 요구하며 모든 관찰자에게 비교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가능한 한 상이한 연상과 관념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전시회의 그림들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우리 지역의 중요한 건축물들이 지방의 환경을 지배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프라이부르크 묘사는 항상 수목들의 맥락 속에서 보여지는 대로 이 도시의 분위기가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 도시 형성의 건축사와 환경이 최 교수의 그림들에서 생생히 보여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성당탑이 숲 위에 라인강 유역 속으로 뻗쳐져 있는 프라이부르크 도시를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 교수의 그림들 속에는 우리의 문화사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최 교수에게 모범은 괴테로서 그의 문학이나 미술이 항상 증정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에서의 괴테 매개자로서 최 교수는 항상 위대한 시인의 족적을 따르고 있습니다.

 

저는 장 콕토가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한 '분립'이란 말, 독일어로 하면 서로 다른 기둥들을 함께 세운다는 표현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콕토는 이 잠언에서 항상 새롭게 문학에서 미술로, 미술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연극으로, 연극에서 음악으로 변신하면서 아름다움과 진실됨을 정신적 커뮤니케이션의 거대한 과정에서 매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와 비슷한 것을 오늘 우리의 동료 최 교수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독일법을 한국법과 동아시아법으로 전달하고, 예술과학을 법학적 고찰로 끌어들이고, 동서양의 법과 정의에 관한 문화적 전제들을 성찰하며, 마침내 자신의 그림 속에서 예술의 차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콕토에서와 비슷하게 그에게도 아름다움과 진실됨, 그리고 문화적 섬세함을 표현하는 것이 주 관심사로 보입니다.

 

존경하는 최 교수님, 당신은 우리 프라이부르크와 주변, 그리고 우리 대학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셨습니다. 당신의 그림들은 그동안 자주, 장기간의 프라이부르크 체류를 통해 제2의 고향이 된 라인강 상류의 전통과 문화를 숨 쉬게 합니다. 전시회를 통하여 프라이부르크와 우리 대학에 베풀어 주신 우정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2008.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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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립공원에서

 

  최종고 (상주 출생, 1947~)

 

 

25년 전 프라이부르크 처음 와서

슐로스베르크(Schlossberg) 아래 시립공원 걸으며

 

연못 속 물오리 조각 하나

전쟁을 예고하여 하늘로 날아 울었다는

물오리가 성스럽게 보이더니

 

사반세기 지나 오늘 와 보니

옛 모습 그대로 하늘 향해 울고 있다

 

"신의 창조물은 울고 울고 경고한다"

다시는 평화 깨뜨리지 않도록

신의 이름으로 미물은 경고하는데

 

마냥 위태롭게만 느껴지는

인간들의 세계사

 

그러기에 유난히 청징한

프라이부르크 시립공원

<1996.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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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부르크대학교 550주년

 

최종고 (상주 출생, 1947~)

 

 

15세기라면 우리는 아직

조선조 건국하고 유교 국가로 착근(着根)할 때

 

1457년 알베르투스공 대학 세워

에라스무스, 짜지우스 휴머니스트 전통 세워

 

서세동점(西勢東漸) 속에 19세기 독일은 가까웠으나

일본의 지배 아래 한독 교섭이 단절되다

 

1920년대에 의학으로 시작하여

신학, 철학, 법학 깊이 공부하여

한국 유학생들 이곳으로 몰려왔네

 

전공은 다르지만 250명의 동창생

서울서도 종종 인정을 나누더니

오늘은 모교 550주년 기념식에

축하문집(Festschrift)까지 만들어 왔네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동창회로

깊은 인상 심어 주고 가네, 장한 한국동창회

 

그러나 한편 우리가 이곳 오면

항상 프라이(frei), 프라이(frei) 그 자유의 정신으로

오늘은 잔칫날, 아리랑춤이라도 한판 추세

프라이(frei), 프라이(frei) 하늘 끝까지 덩실덩실

<2007.7.6. 레벤호텔에서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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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고(崔鍾庫)서울대 법대와 동대학원 졸업, 1979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1981년부터 모교인 서울대 법대에서 33년간 법사상사 교수로 봉직,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2000년 한국인물전기학회 창립 운영, 저서『법학통론 』외 30여 권, 20여 권의 전기, 여행기 등 인문교양서, 시집『플루메리아 바람개비』『아름다워라 프라이부르크』등, 춘원연구가, 2012년 삼일문화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