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향기롭고 아름답던 곳/ 박정자

검지 정숙자 2017. 4. 23. 01:08

 

 

<책 머리에>

 

 

    향기롭고 아름답던 곳

 

    박정자

 

 

  내가 처음 찾았을 때(20여 년 전), 그곳은 용담꽃 초롱꽃 산국화꽃이 피던 향기로운 곳이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배추 고추 등을 심은 밭이더니, 그것도 거짓이었던 듯 꽃사과나무 자라서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빨간 꽃사과 주렁주렁 보석처럼 아름다워 눈길 멈추게 하길 몇 년.

  그런데, 작년 가을 꽃사과를 끝으로 중장비 들락거리더니, 어느덧 견고한 축대가 쌓여진 집터로 둔갑, 머지않아 그럴듯한 전원주택이 세워질 모양이다. 그 집 주인은 용담꽃 초롱꽃 산국화꽃 피던 곳이었다는 사실, 꽃사과밭이었다는 사실을 어찌 짐작이나 하겠는가?

  한 증인 있어 새벽마다 그 곁을 지나다니며 중얼거린다. 향기롭고 아름다웠던 곳이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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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꽃 사진 시집『꽃탑 7』/ 2017. 3. 20. <月刊文學 출판부> 펴냄

  * 박정자/ 충북 영동 출생, 1994년『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람의 숲』『꽃씨의 꿈』외, 단편소설집『초록색 연가』등, 교단문학상 · 한국농민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