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
향기롭고 아름답던 곳
박정자
내가 처음 찾았을 때(20여 년 전), 그곳은 용담꽃 초롱꽃 산국화꽃이 피던 향기로운 곳이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배추 고추 등을 심은 밭이더니, 그것도 거짓이었던 듯 꽃사과나무 자라서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빨간 꽃사과 주렁주렁 보석처럼 아름다워 눈길 멈추게 하길 몇 년.
그런데, 작년 가을 꽃사과를 끝으로 중장비 들락거리더니, 어느덧 견고한 축대가 쌓여진 집터로 둔갑, 머지않아 그럴듯한 전원주택이 세워질 모양이다. 그 집 주인은 용담꽃 초롱꽃 산국화꽃 피던 곳이었다는 사실, 꽃사과밭이었다는 사실을 어찌 짐작이나 하겠는가?
한 증인 있어 새벽마다 그 곁을 지나다니며 중얼거린다. 향기롭고 아름다웠던 곳이었다고. ▩
--------------------
* 풀꽃 사진 시집『꽃탑 7』/ 2017. 3. 20. <月刊文學 출판부> 펴냄
* 박정자/ 충북 영동 출생, 1994년『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람의 숲』『꽃씨의 꿈』외, 단편소설집『초록색 연가』등, 교단문학상 · 한국농민문학상 수상
'권두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종고 교수 시화집 『아름다워라 프라이부르크』전시회 환영사/ 토마스 뷔르텐 베르거 (0) | 2017.04.28 |
---|---|
깊은 샘물을 끊임없이 기르며/ 원종성 (0) | 2017.04.28 |
김점용_풍경과 상처/ 그리운 시냇가 : 장석남 (0) | 2017.04.19 |
시인산책_박상순(화보) (0) | 2017.03.24 |
편집후기(일부)/ 문학사상 2017년 3월호 (0) | 2017.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