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눈물/ 송재학

검지 정숙자 2011. 3. 6. 03:07

   눈물


    송재학



  눈물이 말라버렸다 너무 오래 눈물을 사용했다 물푸레나무 저수지의 바닥이 간당간당, 물푸레나뭇잎도 건조하다 일생의 눈물 양이 일정하다면 이제부터 울음은 눈물 없는 외톨이가 아니겠는가 외할머니 상가에서도 내 울음은 소리만 있었다 어린 날 울긋불긋 금호장터에서 외할머니 손을 놓치고 엄청 울었다 그 울음이 오십 년쯤 장기저축되어 지금 외할머니 주검에 미리 헌정된 것을 이제야 알겠다 그 잔나비 울음이야 얼마나 맑으랴 내 어린 날의 절명 눈물이었으니

 


  * 시집『내간체를 얻다』에서/ 2011.1.20 (주)문학동네 펴냄

  * 송재학/ 경북 영천 출생, 1986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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