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별
정숙자
남쪽이 어디냐 동전에게 묻는다
모르거나 잘못 잡은 방향은 한낮일수록 더 어둡다
많은 이들이 가리키지만 그들이 일러주는 남쪽은 그들의
방향일 뿐
그들이 지시한 남쪽이 나에게는 서쪽이던 때 있었다
그들이 지시한 북쪽이 나에게는 동쪽이던 때 있었다
나도 나의 남쪽을 누구에겐가 “저기야” 안내한 적 있었
을 거다
고유의 나침반만이 고유의 남문, 남풍인 것을…
북쪽으로 달아나고 서쪽으로 구부러지며 동쪽으로 기우
는 하늘
남쪽을 찾는 데 쏟은 날들이 가뭇없이 사라진다
이미 남쪽에 사는 이조차 남쪽을 향해 떠난다
살아 있음, 걷고 있음, 다시 출발할 수 있음
발목에 붙은 그 <있음>들이 행인의 영원한 남국이었던
것을
-『시안』2005. 가을축제(팸플릿에 발표함, 낭독용)
* 원제 : 길 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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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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