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나무
황구하
남장사 상수리나무 큰 그늘
넘치고 넘쳐나 물소리에 닿는다
지난겨울 끝자락 한쪽 팔
폭설에 내려주고도
뻗어나가는 두터운 그늘에 들면
옹이를 열어젖힌
굽은 등걸 속 둥근 물결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깊숙이 감춰두었던 수의(水衣)까지
가느다란 햇살의 손을 빌려
골짜기 골짜기로 보내주었다
눈치 빠른 딱따구리도
따신 햇볕 날개에 퍼 담아
상수리나무 속으로 들앉는다
거기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참다람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애기벌레들까지
연방 들락거리며 물소리를 퍼 나른다
저토록 두껍고 딱딱한 외피를 두르고
태초의 물너울을 키우고 있다니
천 년 지켜낸 남장사
상수리나무 숲 바다로 가는 물결을 본다
* 시집 『물에 뜬 달』에서/ 2011.2.1<詩 와 에세이>펴냄
* 황구하/ 충남 금산 출생, 2004년『자유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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