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송기한_박남수 시와 자연(발췌)/ 새1 : 박남수

검지 정숙자 2016. 10. 3. 12:56

 

 

    새 1

 

    박남수(1918-1994, 76세)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

 

 

  박남수 시와 자연(발췌)_ 송기한

  이 작품은 총 3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선 1연은 자연 속에 위치한 새의 존재를 이야기했고, 2연에서는 새들만의 관계를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3연은 새와 인간 사이에 놓인 팽팽한 긴장관계를 노래했다. 우선, 1연은 자연 그 자체로서의 새의 모습이다. 자연 속에 위치한 새는 하늘과 바람 속에서 자유롭게 비상한다. 뿐만 아니라 여울터나 나무 그늘에서도 동일한 행동을 반복한다. 주어진 여건대로, 자연이 허용한 대로 이들은 거기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2연에 이르면 그들의 행위가 보다 개념적으로 제시된다. 새는 뜻을 만들지 않고, 교태를 부리지도 않으며 사랑을 가식하지도 않는다고 한 것이다. 이런 행위는 1연의 연장선에 놓인 것이다. 거기서 제시된 행위들에 애해 보다 명쾌하게 개념화하는 것이다. 언어를 통해 개념을 만들어내고 교언영색하는 것은 모두 자연과 상관없는 인위의 세계에 속한다.

  3연은 새로 표상된 자연의 세계를 인간적인 세계가 포섭하려든다. 새로 표상된 자연을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문명의 총아인 총으로 그것을 소유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이라는 그물에 걸리게 되면 그것의 순수성은 유지되지 못한다.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과 인간은 끊임없는 갈등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쉬운 듯하면서도 쉽지 않은 이들의 관계망을 이 작품은 온전한 새와 상한 새의 대조를 통해 보여준다. 자연은 도구화내지는 인간화하기 용이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문명의 이기인 총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대번에 자기 소유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나 인간화된 새는 본연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순수로 표상된 자연은 이렇게 영원히 소유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자연은 파괴되지 않고, 인간에게 영원한 타자로만 남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 할 수 있다.

 

   ------------------

 *『시와표현』2016-8월호 <한국 시단의 별들>에서

 * 송기한/ 1991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저서『한국시의 근대성과 반근대성』외. 현 대전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