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갯벌/ 조춘희

검지 정숙자 2011. 1. 29. 17:06


    갯벌


    조춘희



  허리춤에 “밀물과 썰물” 띠 두른

  새벽 바다가 시동을 건다

  파도 갈기를 수건처럼 둘러쓰고

  일당 만 오천 원에 팔려가는

  파트타임 아줌마들


  조갯살처럼 엉겨 붙는 아이 떼어놓고

  갯벌에 던져지면

  허리 굽혀 일당을 건져 올린다


  사는 일은 늘 진창을 헤매는 일


  호미처럼 굽은 아줌마들

  뙤약볕 아래 깜빡깜빡

  아이 얼굴 떠오르면

  호미질은 더욱 빨라진다


  짜디짠 바람에 바다의 가슴팍이 드러나고

  긴긴 해가 기울면

  용역회사 5톤 트럭에 실려 가는 웃음소리

  깃발처럼 펄럭인다



  *시집『꿈꾸는 콩나물』에서/ 2010.11.15 <다시올> 펴냄

  *조춘희/ 충북 충주 출생, 2005년『문예운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