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정숙자
말이 추려진다
살아남은 말은 꽃보다 별보다 바람과 바람 사이 나비보
다 향긋하다
말들은 견고함을 지향한다
한 마디의 말은 꿈틀대고 한 무더기의 말은 출렁거린다
폭풍을 유발한다
시간은 그것을 흐름이라 말한다
넉넉하다 말은
예전에도 오늘도 묘한 뼈를 숨기기에
푸른 뼈를 품었기에
날카로운 말들이 겹겹으로 짚인 게 어제 오늘이었을까
부러진 말들, 돌아간 말들, 없는 말들을 응시해야 하는
포만의 슬픔 가운데
뼈가 뼈를 건드린다 허둥대는 말들이 구름으로 내려간다
-『현대시』2005.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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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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