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표정을 지을 때
황종권
뼈가 어지러운 새가 허공을 견디는 동안
표정을 그러모은다.
얼굴에 골목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목구비 짙은 어둠이 모호한 감정으
로 기울고
고개 숙인 가로등만이 저녁의 인사법을 배운다.
아름다웠나, 아름다울 수 있었나
애써 발자국을 남기고 싶지만
사람의 뒷모습이 입에 물리고
밥을 삼킨다.
인사를 한다.
식욕처럼 오는 이별을
기꺼이 살아버린 골목이라 부르지만
입을 벌리면
골목은 막다른 소리를 품겠지만
사랑했나, 사랑은 했었나
길을 탕진한 얼굴이 열없는 고백을 내뱉는 동안
무릎이 펄펄 끓고
길이 등을 돌린다.
얼굴이 캄캄해지도록 표정이 열렬히 붐비기 시작한다
먹구름이 주저앉는 곳마다
어떤 표정을 지어보려고 하지만
재가 된 골목이 미리 젖고 있다.
*『미네르바』2015-가을호 <신진조명>에서
* 황종권/ 2010년 《경상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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