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너바나(nirvana)의 길/ 김영찬

검지 정숙자 2010. 12. 18. 01:59

 

 

   너바나(nirvana)의 길


     김영찬



  모든 단추는 집이 있다네 똑딱단추는 제 집에 들어

갈 때

  똑딱~ 노크하는 버릇.

  단추집이 있다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뿔단추는 뿔고동 일부러 크게 불어

  단춧구멍 큰 대문 열고 의기양양 으스대며 들어간

다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러나 집이 없는 단추도 있고 말고, 있다네


  드잡이 중에 툭 떨어져나간 단추는 고아가 되는 것

  길바닥에 누워 밤하늘 우러르지만

  저 하늘의 모든 별, 바람과 구름을 에워싼 친구와

이웃들이

  집이 되어주는 건 아니지


  모든 단추는 집이 없다네

  단춧구멍은 집이 아니라 임시로 잠깐 머무는

  보호소 측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네

  죄송합니다ㅜㅜㅜ그런데 저는 쌍팔년 8월에 태어났

습니다

  888년에 집을 나가 무작정 헤맬 작정이었죠

  그런데 아직도…, 죄송해요 999년 이후 살고/죽고

  뭐 그런 문제가 툭 떨어져나가

  죽 쑤고 헤매게 되었습니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잘못했습니다ㅜㅜㅜㅜㅜㅜ다시는 단추를 매달아

  모가지 끌고 다니는 언행은 삼가겠습니다


  단추집이여 어릴 때 문 잠그고 놀던 대문 작은 안마당의

  단단한 추억이여,

  단추는 목숨 걸고 집을 찾아 쓸쓸하다네



 *시집『투투섬에 안 간 이유』에서/ 2010.12.5 <시안>발행

 *김영찬/ 충남 연기 출생,『문학마당(2002년)』과

  정신과표현(2003년)』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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