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옆모습/ 권현형

검지 정숙자 2013. 11. 1. 02:43

 

 

     옆모습

 

     권현형

 

 

  옆얼굴은 전생이 스쳐 지나가는 길

 

  옆에 앉아 네 고통을 읽는다

  눈 밑에 상처가 나 있다

  벼랑 끝에서 돌아왔다고

  돌아오느라 자신과 조금 싸웠다고 했다

 

  전생과 자국을 생각하는 동안

  오후 세 시의 햇볕은 예각을 눕혀

  사물의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있다

 

  옛 격전지에서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성 밖 진흙 해자에 엎드린 유골엔

  뇌수가 차 있었다는데 뒤통수에

  정교한 칼자국이 남아 있었다는데

 

  치열한 싸움의 흔적, 상처의 뇌수는 관계가

  정교할수록 깊이 파고들수록 오래 남는다

  수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머리 위 여름솔의 열매가 싱그럽다

  푸른 살을 이로 깨물면 아프다고 하겠지

  살아 있을까 소나무 그늘 사이로 멀어지는

 

  너의 뒷목이 가늘고 말갛다

  혹 너의 전생은 가랑비였을까

  전생을 생각하다 너를 놓쳤다

  그렇게 오래 자국이 살아 있을 줄 모르고

 

 

  * 시집『포옹의 방식』에서/ 2013.9.30 <중앙북스(주)> 발행

  * 권현형/ 강원도 주문진 출생, 1995년『시와 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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