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역
오세영
소음이 아니다.
한밤중
모두가 깊은 잠에 빠진 사이
홀로 문득 깨어나 귀 기울여 보아라.
적막 속에서
벽시계 꼴딱꼴딱,
냉장고 그렁그렁,
웅얼대며 뒤척이는 에어컨,
수도꼭지 똑똑 코피 흘리는 소리,
세상은 온통 신음으로 가득 찼나니.
어쩌다 인간에게 붙들려
이리 잘리고, 저리 깎이고, 얻어맞고, 녹여져
마침내 이처럼
길들인 노예가 되었을까.
갈대밭을 흥얼대며 흐르던 계곡물도
저수지의 땜을 넘을 땐
아아악!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지 않던가.
* 『시에』 2013-여름호
* 오세영/ 전남 영광 출생. 1968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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