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게임
김백겸
성공한 자는 부귀공명의 선물을 받는다고 책들이
말했네
오십이 되도록 한 가지의 선물도 받지 못했다고 생
각한 나는 태중의 어머니에게 내 성공을 예언한 동네
점쟁이의 예언을 비웃었네
선물은 다른 친구들의 인생에 바리바리 도착했고
내 인생에는 지나가는 배달 차의 바퀴 소리만 시끄러
웠네
그토록 자식의 금의환향을 바랐던 어머니는 내 성
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네
체념을 요로 깔아 창가의 달 밝은 밤하늘을 쳐다본
어느 날, 죽음보다 더 어두운 태초의 어둠이 나에게
뱀 눈을 뜨고 말했네
금도끼와 은도끼가 부러우냐
너에게 금강석보다 더 빛나는 선물, 네 심장이 뛰는
목숨과 시와 음악과 철학으로 온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감수성을 주었다
불만이면 반납하지 그래
죽음보다 더 어두운 태초의 어둠에게 나도 흰 눈을
뜨고 복싱선수처럼 맞받아 쳤네
구슬 아흔 아홉 개 모은 아이가 백 개를 채우고 싶
어서 그러지
구슬 아흔 아홉 개의 전생 성적표는 당신이 가지고
있고 지금 내 주머니에는 구슬이 없지
천궁도(天宮圖)를 걸어가는 인생 놀이에서 구슬 하
나가 구슬 아흔 아홉 개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선물
게임을 당신이 시작했잖아
*시집『기호의 고고학』에서/ 2013.5.20 <도서출판 시인광장> 펴냄
*김백겸/ 충남 대전 출생, 1983년《서울신문》시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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