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선물게임/ 김백겸

검지 정숙자 2013. 6. 7. 11:13

 

 

     선물게임

 

      김백겸

 

 

  성공한 자는 부귀공명의 선물을 받는다고 책들이

말했네

  오십이 되도록 한 가지의 선물도 받지 못했다고 생

각한 나는 태중의 어머니에게 내 성공을 예언한 동네

점쟁이의 예언을 비웃었네

  선물은 다른 친구들의 인생에 바리바리 도착했고

인생에는 지나가는 배달 차의 바퀴 소리만 시끄러

웠네

  그토록 자식의 금의환향을 바랐던 어머니는 내 성

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네

 

  체념을 요로 깔아 창가의 달 밝은 밤하늘을 쳐다본

어느 날, 죽음보다 더 어두운 태초의 어둠이 나에게

뱀 눈을 뜨고 말했네

  금도끼와 은도끼가 부러우냐

  너에게 금강석보다 더 빛나는 선물, 네 심장이 뛰는

목숨과 시와 음악과 철학으로 온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감수성을 주었다

  불만이면 반납하지 그래

 

  죽음보다 더 어두운 태초의 어둠에게 나도 흰 눈을

뜨고 복싱선수처럼 맞받아 쳤네

  구슬 아흔 아홉 개 모은 아이가 백 개를 채우고 싶

어서 그러지

  구슬 아흔 아홉 개의 전생 성적표는 당신이 가지고

있고 지금 내 주머니에는 구슬이 없지

  천궁도(天宮圖)를 걸어가는 인생 놀이에서 구슬 하

나가 구슬 아흔 아홉 개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선물

게임을 당신이 시작했잖아

 

 

  *시집『기호의 고고학』에서/ 2013.5.20 <도서출판 시인광장> 펴냄

  *김백겸/ 충남 대전 출생, 1983년《서울신문》시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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