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놈
박이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죽은 듯한
새끼 고양이가 아파트 화단 구석에
무심히 방치되어 있다
어미가 그 곁을 수시로 맴돌므로
치워 주지도 묻어 주지도 못하는 사이
벌써 한 패거리 파리 떼들
풍악 소리 울리며 몰려와 붕붕거리고 있다
저 비릿한 주검의 자리가
어떤 놈들에겐 흥청망청 꽃자리였다니
누렇게 달라붙은 눈곱마저 달디단 꿀이었다니
그러고 보니 이따금
커다란 화병 속에 코를 박고 킁킁대던 나도 어쩌면
저 몹쓸 파리 떼와 다를 바 없었구나
시름시름 비명 같은 향기 지르며 시들어갔던
꽃들에게 나는,
한없이 치사하고 야속한 그 어떤 놈이었구나
* 시집 『흐드러지다』에서/ 2013.3.31 <(주)천년의시작> 펴냄
* 박이화/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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