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잠
조행래
눈알을 안으로 풀어내며 꿈을 꾸지 않기로 다짐 이를 갈며 이 대신 잇몸으로 곱씹어 보아도 돌아누워도 말짱 도로 너비 없는 모로 돌아가 아무도 모르게 벼리고 누워 그것이
온다 더듬이를 가지고 혀도 또 모자라서 지팡이를 짚고 쉬지 않고 아주 느리게 달이 뜰 때 발목을 떠나 놓고 달이 지고 있는데도 아직 무릎 위 지치지 않고 두드리며 명치에 두드러기 발자국을 남길 때
목덜미에 가시 돋친 소름이 이불을 끌어 올리고 서늘해지는 발목 초조해지는 발목 둘이 딱 붙어 주거니 받거니 혼잣말과 혼잣말이 누운 날 위에 올라 쩍 갈라지더니 쏟아지는 졸음이
귓바퀴로 흘러 소용돌이치고 고막을 쓰다듬고 막을 내려야 하나 뒤척이는데 날 위에 녹아 내리고 날이 새고 갈고 또 갈던 어금니 부스러기가 혀에서 솟는 부스럼이 반대편 귀로 새어 나가고 새하얗게 흘러내리고
모루 위에 누인 몸 위로 단단한 단잠이 드디어 단 하나 의 단념이
-전문(p. 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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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화집 『시골시인 Q』에서/ 2023. 7. 31. <걷는사람> 펴냄
* 조행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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