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박영기
반 가른다
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겹겹의 괄호들
괄호 밖으로 밀려나는 어둠
괄호 속으로 뛰어드는 빛
괄호 속에서
흰 빵을 굽고 눈물샘이 넘치고
보름달을 품은 초승달과 그믐달
기도하는 손
고요한 수반에 가지런히 모은 손
뻗어 내리는 물의 하얀 발가락
솟아오르는 물의 푸른 손가락
빈 심중에 고이는 물의 근육
다시 양파
반 자른다
철렁 내려앉는 가슴
거울 속 희디흰 얼굴과 마주한 흰 얼굴
펼쳐 놓은 흰 노트
양파가 양파 속을 읽는다
-전문(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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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화집 『시골시인 Q』에서/ 2023. 7. 31. <걷는사람> 펴냄
* 박영기/ 경남 하동 출생, 2007년 『시와 사』으로 등단 , 시집『딴전을 피우는 민달팽이에게』 『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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