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문학의 산실, 성북동 수연산방
남명희/ 소설가
한양도성 북쪽 마을 성북구 성북동은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조선시대에는 시객詩客들이 와서 풍류를 즐겼고, 근대에는 많은 문인들이 모여 살며 창작활동을 펼친 곳이다. 심우장, 수연산방, 최순우옛집 등에는 아직 그들의 삶과 교류의 흔적이 남아 있다.
1933년 성북동에 집을 마련한 이태준은 당호를 '壽硯山房'이라 짓고 김기림 · 이효석 · 박태원 등과 <九人會>를 결성하여 이곳에서 시와 문학을 논했다.
아름다운 문장의 대가이며 '조선의 모파상'이라 불렸던 이태준(1904~?)은 강원도 철원 태생으로 「달밤」, 「돌다리」, 「황진이」등 많은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으며, 수필집 『무서록』의 작가다. 1940년 간행한 『문장강화』는 지금도 글쓰기 실용서로 손색이 없다.
현재 수연산방은 이태준의 외종손녀가 전통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1900년대 개량 한옥으로 본채와 별채, 별실인 <구인회> 북카페로 되어 있다. 본채의 안방 앞 누마루는 정원을 품은 명당으로 구인회 벗들이 문학 정담을 나누던 사랑방이었다.
오명근은 팩션Faction 『그 李箱은 없다』에서 1930년대 어느 날 수연산방의 문인들 술자리 풍경을 재연한다. 정지용이 이상과 독설을 주고받는다. 이를 보며 이태준이 즐거워하고, 박태원과 이병기도 "잘한다. 그래 싸워라"라며 거든다. 당대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아이들 같은 순수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오늘은 또 <구인회> 문우들이 무슨 입씨름을 벌일지 궁금하다. <수연산방> 맞은 편 <금왕돈까스>에서 왕돈까스 한 판 사 들고 가봐야겠다. (p. 16)
▲ 사진 1. 수연산방 솟을대문: 작지만 두 층으로 멋을 부린 겹처마에 멋지게 기와를 얹어 품격을 갖춘 솟을대문은 일제에 대한 은밀한 저항의 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 사진 2. 수연산방 표지석: 수연산방 마당 한가운데 표지석은 이곳이 이태준이 1930년대부터 살면서 글을 쓰던 '李泰俊 문학의 産室임을 알려준다.
▲ 사진 3. 수연산방 본채: 이태준은 이 집에서 <달밤>, <돌다리>, <황진이> 등의 작품을 집필했으며, 정지용, 이효석, 박태원 등과 구인회九人會를 조직하고 이곳에서 시와 문학을 논했다. 이 집은 철원에 있던 이태준의 생가를 그대로 뜯어다가 지었다고 한다.
* 블로그 註: 사진 또한 글 못지 않게 아름다우나 여기 싣지 못함을 아쉽게 여기며, 설명이나마 그대로 옮겼습니다. 사진은 부득이 책에서 일一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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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문학광장』 2024-2월(2)호 <꽃이 전하는 말 · 2 > 에서
* 남명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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