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믿음의 증거/ 성자현

검지 정숙자 2024. 9. 14. 15:37

 

    믿음의 증거

 

     성자현

 

 

  내가 믿는 대부분은 소문

  얼마나 확신에 차 있으면 사자 앞에 목을 내밀 수 있나

  떨기나무 가운데 빛나던 불꽃,

  발을 끌며 걸어가는 밤길에서 만난다면

  믿음은 더욱 단단해질까, 이 역시 소문일 뿐

  먼 옛날 현자가 있어 강가에서 소리쳤다 하나

  내가 만지고 있는 것은 얄팍한 종이

  내가 추종하는 것은 그 위를 기어다니는 활자

  눈뜨면 소문에 소문이 더해진다

  내가 보고 있는 건 무당벌레 같은 너의 외피

  현란한 노래와 춤에 마음을 빼앗긴다

  추측이 더 분명한 것일지 모른다는

  가끔 몽상이 불러일으키는 가설

  내가 간직한 나도 모르는 비밀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오른다 할지라도

  두려움으로 멈추게 될 발걸음

  눈감으면 모두 사라질 외피들

  그리고 증거들

     -전문(p.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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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목문학 제6집 『물을 돌리다』에서/ 2024. 7. 30. <파란> 펴냄 

  * 성자현/ 2004년 『시와 비평』을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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