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황지형
창문을 밝힐 <눈동자>라고 말하자 사선으로 내린 빗물 깜빡거리고 속눈썹 떨린다 인공눈물까지 반짝인다 어깨에 뜬 별 달달하게 맺힌다 손과 무릎으로 한 봉지 촛농이 흘러내린다
수평선을 긋고 있다 이등변삼각형처럼 내부로 한 점 떨어지고 속눈썹 붙인 창문의 크기 구하는 방정식, 달고나를 붙인 보관함, 100피트의 거리 좁히자 혓바닥이 붙어 버린다
빗물이 반짝인다 누가 생일 파티를 위한 <촛불>이라고 말하자 예의상 촉촉한 빛이라고 한다 달고나 작아지고 차가워지고 모형 틀에 찍혀 나오는 별들 100피트의 넓이 파먹힌 연인
눈빛에 반짝 헛디딘 발을 어루만진다 창문엔 물방울 맺혀 있고 검은 마스카라 아래 울음이 터질 듯 감긴 눈동자엔 뿌려 놓을 별이 없다 매듭진 행성 하나가 하얗게 사선을 긋는 밤
속눈썹이 구조 신호처럼 떨고 있다 <촛불>은 초가 죽어서 내는 생명 값이라고 적는다 창문에는 잎사귀 한 개 태어난다 속눈썹이 붙은 창문에 생각 많은 빗물이 곤두박질친다
큰 손에 손이 잡히는 나, 꼭짓점을 만든 내부는 구할 수 없고 내 손을 꽉 잡아야만 까만 밤 하얀 밤에 묻혀 환해진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의 <촛불> 항상 그 자리에 반짝이고
눈뜬 자들이 손바닥으로 더듬은 어둠이 있다 동공에 흰구름이 떠다니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도 죽음이 자라고 손가락 끝에 달린 시행착오
큰 손이 창문을 닫는다 눈썹도 속눈썹도 빠져 버린 얼굴, 표정은 뼈를 깎아서 찾아낸 낱말에 괄호를 친 파편들, 내가 벽창호요? 기차게 묻자
눈물이 마른다 말라 버린 { }로 밖이라 나는 모르긴 해도 흰 백지 위 피어오르는 연기를 본다 희뿌연 연기 잦아든 벽지보다 한두 번 틀어쥔 주둥이처럼 변하고
비가 창문의 내부를 적는다 외부를 적는다 튼튼한 이름을 창문에 적기까지 번개가 으르렁대는 밤낮, 그때 유리는 유리에 입수한 자들과 데칼코마니에 빠져들고
어디서 춤추며 온다 초여름경에 머리카락 흔들며 감자꽃 키우는 여우비, 여우비를 동반한 구름은 투스텝을 밟고 온다 비가 우박으로 뭉쳐질 때 나는 다리 교차시키고
비가 창문을 두드린다 오른발은 왼발 앞쪽에서 발가락 지문은 리듬 탄 꼭지점들, 자신의 발등에 찍힌 몸치들, 차차차 천둥을 타고 온 비의 냄새
-전문(p. 1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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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목문학 제6집 『물을 돌리다』에서/ 2024. 7. 30. <파란> 펴냄
* 황지형/ 2024년『시와비평』 & 2009년 『시에』를 통해 등단, 시집『사이시옷은 그게 아니었다』『내내 발소리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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