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42
정숙자
바람이 조용하고 맑은 햇빛을 동그란 탁자 위에 놓고 갑니다. 저는 이 꽃다운 편지를 마저 읽지 못하고 당신께 갑니다. 당신의 초대에 늦을까 봐 서둘러 눈을 감고 지름길로 ᄀᆞᆸ니다. 당신은 사원이나 궁중에 아니 계시고 무한한 대기 중에, 공기 중에 계십니다. 당신께서 초대하신 장소는 언제나 제 마음속 가장 깊고 조용한 골ᄍᆞ기임을 외웠기 때문입니다. (1990. 9. 20.)
방금 samsung man이 다녀갔습니다. 냉장고 야채박스 밑에 자꾸만 얼음이 깔리기 때문이었어요. 거뜬히 A/S를 마친 뒤 그는 뭐 더 불편한 게 없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전기를 넣어도 움직이지 않는, 20년은 족히 넘었을 소형 분쇄기를 꺼냈습니다. 바쁠 텐데도 그는 분쇄기를 해체/조립했습니다. 전기를 넣고 스위치를 누르자 위잉~ 건강을 회복한 옛친구가 싱싱씽~
물자가 너무 흔한 요즘엔 전파사도 찾기 어렵고, 어찌해야 하나. 정든 걸 차마 휙-하니 버릴 수도 없고. 그러던 차였는데 어찌ᄂᆞ 고마운지 사례하려 했으나 그는 한사코 뿌리치고, 뿌리치고, 뿌리치고 돌아갔습니다. 저는 아직 그로 인ᄒᆞᆫ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구나! 21세기 대ᄒᆞᆫ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 살아있는 순수가 이렇구나. 문득 만난 신생대 햇빛!
그가 놓고 간 명함엔 <김 * 희 프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전문(p. 16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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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년간 『미당문학』 2024-상반기(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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