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겨울 산
신달자
문이라는 문은 다 닫고 드는 길도 모두 지워
희고 큰 보자기로 산을 한 뭉치 싸 맨 것 같이 보인다
설산의 위엄으로 빛나는 오대산의 신전 같은 백덕산
저 하얀 보자기를 신이 달랑 들고 갈 것인가
신비는 근접하기 어렵지만 문 없는 저 안에 내가 있을까
나는 나를 찾아 눈이 쌓여 벌써 며칠째 길이 단절된
너무 하얘 공포스러운 은빛 보자기 속을 기어오른다
반쯤의 몸을 산에 내어 주다가 내친김에 온 몸을
산속으로 밀어 넣는데 거기 날 받은 손이 있을 것인데
무슨 일로 의기투합해 한 덩어리가 된
억세게 끌어당겨 더욱 하나가 될 밖에 없는
겨울 산 혹한 속엔 서로 앙칼진 포옹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다 얼어붙어 너도 나도 없는
내 발자국 소리까지 끌어 들여 얼음은 더 두꺼워지는데
시퍼렇게 날 선 바람이
베인 귀를 다시 베어 가고 나는 엎드렸는데
어느 곳이나 살아있는 것은 정지되지 않아
더 깊은 결빙의 지역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아 무서워 산이
더 꽉 조이며 땅속까지 울리고 과도한 침묵도 얼어터져
폭죽소리를
내는 겨울 산
나는 오르지만 나는 산 아래 깔리고 하늘이 가깝게 날 덮어왔
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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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문학』 2023-겨울(5)호 <권두시> 에서
* 신달자/ 197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봉헌문자』『겨울축제』『모순의 방』『아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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