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미루, 그 양양한 시의 벌판
문효치
우리 시문학의 초창기는 동인지들이 우리 문학을 끌고 갔다. 일테면『창조』『폐허』『백조』『영대』『금성』『시인부락』『장미촌』등이 그것이다. 이들 동인지는 우리 문학인들의 중요한 활동무대였으며, 우리 문학을 이끌어가는 향도였다. 특히 시에서는 이러한 동인지들이 창작에너지의 근원지였으며 많은 시인이 이 에너지에 힘입어 시를 썼다.
동인지 활동의 장점은 잡지를 운영하는 편집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으며, 비슷한 시관을 가지고 공동의 문학적 지향을 향해 기상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등단지, 문단 연조, 작품 성향 등을 따지면서 필자를 선정하는 것이 대체로 문예지들이 보이는 청탁의 조건들인데 동인지에서는 그런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글을 쓰고 발표할 수 있으니 시인들에게는 매우 좋은 활동 마당이라 할 것이다. 실험을 하든 전위를 하든, 아니면 전통을 하든 그것은 동인들의 뜻대로 하면 된다.
<미루> 동인회가 새로 출범한다고 한다. 크게 박수를 보낸다. 각 동인의 개성적, 시적 발언이 기대된다. 이러한 시적 발성의 총화가 『미루』의 성과이며 이러한 성과는 곧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바라건대, 성격이 확실한 동인지, 장수하는 동인지가 되기를 부탁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인들의 화합과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미루', 그 양양한 시의 벌판에 첫걸음을 내딛는 <미루>의 오늘과 내일에 언제나 건필과 문운을 빈다.
문효치(시인 · 미네르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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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동인 『미루』(1호_축사)에서/ 2023. 11. 11. <상상인> 펴냄
* 문효치/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바람 앞에서」 당선 & ⟪한국일보⟫ 신춘문예 「산색」 당선, 시집『武寧王의 나무새』『바다의 문』『남내리 엽서』『왕인의 수염』『별박이자나방』등 13권, 저서『시가 있는 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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