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메아리/ 한현수

검지 정숙자 2023. 12. 10. 01:32

 

    메아리

 

    한현수

 

 

  치매 앓는 어머니 입 앞에 수저가 멈추어 있다

  머리 희끗한 아들이 먼저 입을 크게 벌린다

 

  아    

 

  어머니도 입을 벌린다

  육십 년 넘어 되돌아온 당신의 메아리를 먹는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어렵지 않게 그 시적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낳아 숟가락으로 미음을 떠먹여주며 "아   "하는 소리를 발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육십 년이 지나 어머니는 쇠락하여 수저를 들 힘도 없는 연약한 아이처럼 되었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는 자식이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어머니에게 음식을 떠먹여 주고 있다는 것이 전체적인 시적 구도이다. 감동적인 점은 육십 년 전에 어머니가 자식에게 했던 "아   "하는 소리가 육십 년이 지난 지금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육십 년 전의 "아   "하는 소리는 없어지지 않고, 아들의 입에 닿아 응답하는 소리를 낳게 했다는 것인데, 어머니는 그 응답의 메아리 소리를 먹고 있다는 시적 해석이 감동적이다.

  그러니까 주목되는 점은 어머니의 입에서 '   '하는 소리가 발해지고 육십 년 후에 아들의 입에서 그 소리가 닿아 메아리를 이루어 되돌아왔다는 것인데, 이러한 시적 해석으로 인해서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 부르고 응답하는 하모니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삶과 관계가 바로 이 메아리의 하모니 속으로 들어와 동근 형상을 취하게 되는데, 이러한 삶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 까닭이 없다. (p. 시 58/ 론 111-112) (황치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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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사과꽃이 온다』 에서/ 2023. 11. 1. <지혜> 펴냄

   * 한현수/ 전북 전주 출생, 2012년 『발견』으로 등단, 시집『내 마음의 숲』(2008), 『오래된 말』『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눈물만큼의 이름』, 시편 묵상집『그가 들으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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