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소
정숙자
이슬은 가장 짧은 생애를 살고 가지만 또 끊임없이 살아서 돌아온다. 몸을 섞어 낳지 않고 피를 풀어 다투지 않으며 억만년을 넘기면서도 얼룩을 남기지 않는다. 동글게) 맑게) 따뜻하게) 이 셋이면 능히 부끄러움을 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작은 알갱이일망정 충만하며 누군가 스치기만 해도 툭 떨어져 깨어지지만 그 인연을 서운해 하지 않는다. 밤새 귀담아 들었던 푸나무의 애환을 창공에 수납하고 애별샛별 방창한 새벽이면 다시 내려와 제 목숨의 전부인 한 방울의 물을 풀잎에 선사한다. 이슬은 호수가 되거나 강물로 흘러흘러 바다에 닿으려는 일말의 포부도 없다. 다만 한자리 한순간 맺혔다 지는 것으로 대지를 예찬한다.
*『시작』2010-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