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재미 보살菩薩
김준기
대천항 건어물전 좌판에
나란히 누운 간재미 형제들
배알이 찼던 자리를
저렇게 말끔히 비우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
카누푸스 단지는 어이없고
간 쓸개 다 빼내어
갈매기 떼 아침 공양으로 내어준 후
죽어서도 눈웃음이 참으로 곱다
선사의 다비가 끝난 후
사리를 수습하는 학승처럼
선창가를 서성이다
바라 본 서쪽 바다
보아라
보름사리 황금 노을
저 바다가 내 전신 사리이다
속삭이는 간재미
-전문(p. 158-159)
* 카누푸스 단지: 이집트의 파라오를 미라로 만들 때 내장만 따로 보관했다는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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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사람』 2023-가을(11)호 <poem & poetry/ 기발표작> 에서
* 김준기/ 1994년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반나절의 꿈』 등, 『중심의 위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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