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간재미 보살(菩薩)/ 김준기

검지 정숙자 2023. 9. 5. 02:18

 

    간재미 보살菩薩

 

    김준기

 

 

  대천항 건어물전 좌판에

  나란히 누운 간재미 형제들

  배알이 찼던 자리를

  저렇게 말끔히 비우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

 

  카누푸스 단지는 어이없고

  간 쓸개 다 빼내어

  갈매기 떼 아침 공양으로 내어준 후

  죽어서도 눈웃음이 참으로 곱다

 

  선사의 다비가 끝난 후

  사리를 수습하는 학승처럼

  선창가를 서성이다

  바라 본 서쪽 바다

 

  보아라

  보름사리 황금 노을

  저 바다가 내 전신 사리이다

  속삭이는 간재미

    -전문(p. 158-159)

 

    * 카누푸스 단지: 이집트의 파라오를 미라로 만들 때 내장만 따로 보관했다는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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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 사람』 2023-가을(11) <poem & poetry/ 기발표작> 에서 

  * 김준기/ 1994년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반나절의 꿈』 등, 『중심의 위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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