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침묵의 힘/ 복효근

검지 정숙자 2023. 9. 4. 02:14

 

    침묵의 힘

 

     복효근

 

 

  철로 한켠에 침목들 쌓여있다

  하나 같이 일자로 입을 다물고 있다

 

  세상은 열차처럼 떠들어대는 자들의 몫인 것 같지만

  달리는 자들의 세상 같지만

 

  침묵하는 자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한 생을 한 자리에서 누워 침목은 침묵으로 말한다

 

  침목은 지축을 울리며 달리는 열차의 굉음을

  제 몸으로 받아내어 잘게 잘게 땅으로 분산시키고

  이윽고 침묵을 남긴다

 

  지반이 꺼지지 않도록

  철길을 받치고 종착역까지 옮겨주는 것은

  저 말 없는 것의 힘이려니

 

  저 켜켜이 쌓여있는 침목들은 어디론가 실려가

  누군가의 길이 될 것이다

 

  떠들 게 없어서가 아니라

  떠들어서는 안 되는 것을 안다

 

  침목 혹은 침묵

    -전문(p.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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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 사람』 2023-가을(11) <poem & poetry/ 기발표작> 에서 

  * 복효근/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예를 들어 무당거미』『중심의 위치』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