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은하의 계절
정민나
백이십 기가 유에스비 세 개를 넣어둔 케이스를
찾지 못하는 동안
블랙홀은 은하 한가운데 커다란 질량으로
미스터리 안전체로 존재한다
간혹 어떤 블랙홀은 빠르게 은하를 관통하면서
고요한 공간을 사정없이 찢어버린다
수천수만 개 별이
몇 분 몇 초 진공상태로 혼절하는 동안
삼백육십 기가 꽉 찬 유에스비가 내 몸속에서 빠져나가며
부옇게 구름띠를 이룬다
그물망으로 연결되면 우주는 오리무중
별을 짓던 한 떼가 시간이 무한대 미궁으로 빠져들어
행방이 묘연하다
누구의 오락일까
밤하늘을 재구성하는 은하
종종 지었다 부수는 저 모래성
-전문(p. 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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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람』 2023-가을(11)호 <Zoom in/ 신작시> 에서
* 정민나/ 1960년 경기 화성 출생,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E 입국장, 12번 출구』외, 시론집『정지용 시의 리듬 양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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