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수수께끼 은하의 계절/ 정민나

검지 정숙자 2023. 9. 3. 02:12

 

    수수께끼 은하의 계절

 

    정민나

 

 

  백이십 기가 유에스비 세 개를 넣어둔 케이스를

  찾지 못하는 동안

 

  블랙홀은 은하 한가운데 커다란 질량으로

  미스터리 안전체로 존재한다

 

  간혹 어떤 블랙홀은 빠르게 은하를 관통하면서

  고요한 공간을 사정없이 찢어버린다

 

  수천수만 개 별이

  몇 분 몇 초 진공상태로 혼절하는 동안

 

  삼백육십 기가 꽉 찬 유에스비가 내 몸속에서 빠져나가며

  부옇게 구름띠를 이룬다

 

  그물망으로 연결되면 우주는 오리무중

 

  별을 짓던 한 떼가 시간이 무한대 미궁으로 빠져들어

  행방이 묘연하다

 

  누구의 오락일까

  밤하늘을 재구성하는 은하

  종종 지었다 부수는 저 모래성

    -전문(p. 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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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사람』 2023-가을(11) <Zoom in/ 신작시> 에서 

   * 정민나/ 1960년 경기 화성 출생,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E 입국장, 12번 출구』외, 시론집『정지용 시의 리듬 양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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