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살 만한 세상/ 이준관

검지 정숙자 2023. 7. 9. 01:33

<권두시>

 

    살 만한 세상

 

    이준관

 

 

  길 한복판에 새가 떨어져 있다

  날개를 다쳤는지 날지 못하고

  부리를 다쳤는지 피가 맺혔다

 

  아이들이

  걱정스레 들여다보며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자며

  119에 신고하자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차가 가까이 오자

  아이들이 두 팔을 벌려

  "아저씨, 여기 새가 떨어져 있어요"

  차를 막아선다

 

  아, 저런 아이들이 있는 한

  새들도

  사람도

  살 만한 세상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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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집 · 서울』 2023. 5월(259)호, <권두시> 에서

  * 이준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 & 1974년 『심상』으로 시 부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