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살 만한 세상
이준관
길 한복판에 새가 떨어져 있다
날개를 다쳤는지 날지 못하고
부리를 다쳤는지 피가 맺혔다
아이들이
걱정스레 들여다보며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자며
119에 신고하자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차가 가까이 오자
아이들이 두 팔을 벌려
"아저씨, 여기 새가 떨어져 있어요"
차를 막아선다
아, 저런 아이들이 있는 한
새들도
사람도
살 만한 세상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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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집 · 서울』 2023. 5월(259)호, <권두시> 에서
* 이준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 & 1974년 『심상』으로 시 부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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