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 어머니 외 1편
김일연
동매문 시장 가서 옷 사 입혀드리고
멀찍이 떨어져서 뒤돌아보시라 하며
참 좋다
참 좋다 하시는
어머니를 보는 일
아래로
흐르고 계신 어머니 관음님의
눈가에 비어지는 눈물도 눈물이거니
비싼 옷 저어하시는 마음에도
젖는 것을
선재동자가 관음을 뵈옵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어머니 되고 어머니 할머니 되어
환하게 마주 서 웃는
이날이
좋지 않으랴
-전문(p.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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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있다
겨울 오는 갈대숲에 바람이 불고 있다
고꾸라지며
뒹굴며
몸서리치는 저것은
서 있는 갈대가 아닌
그를 흔드는 바람이다
빈 벌판을 삼천 배 눕혔다 일으켰다
빛인지
그림자인지
흰 등을 내주고 있는
저 것은 갈대가 아닌
아득한 시간이다
-전문(p. 152)
* 블로그 註: 英文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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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대역 시조선집 『세상의 모든 딸들』에서, 2023. 4. 12. <서울 셀렉션> 펴냄
* 김일연/ 1955년 경북 대구 출생, 1980년 『시조문학』에 시조 부문 추천 완료로 시조시인이 됨, 시조집『빈들의 집』『서역 가는 길』『저 혼자 꽃 필 때에』『달집 태우기』『명창』『엎드려 별을 보다』『꽃벼랑』『너와 보낸 봄날』『깨끗한 절정』, 동화집『하늘발자국』/ 국내외에 시조를 알리는 작업으로 <시조튜브>를 개국하여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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