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관음 어머니 외 1편/ 김일연

검지 정숙자 2023. 5. 5. 01:31

 

    관음 어머니 외 1편

 

    김일연

 

 

  동매문 시장 가서 옷 사 입혀드리고

  멀찍이 떨어져서 뒤돌아보시라 하며

  참 좋다

  참 좋다 하시는

  어머니를 보는 일

 

  아래로

  흐르고 계신 어머니 관음님의

  눈가에 비어지는 눈물도  눈물이거니

  비싼 옷 저어하시는 마음에도

  젖는 것을

 

  선재동자가 관음을 뵈옵는 것도 그렇지만

  내가 어머니 되고 어머니 할머니 되어

  환하게 마주 서 웃는

  이날이 

  좋지 않으랴

     -전문(p.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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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불고 있다

 

 

  겨울 오는 갈대숲에 바람이 불고 있다

 

  고꾸라지며

  뒹굴며

  몸서리치는 저것은

 

  서 있는 갈대가 아닌

  그를 흔드는 바람이다

 

  빈 벌판을 삼천 배 눕혔다 일으켰다

 

  빛인지

  그림자인지

  흰 등을 내주고 있는

 

  저 것은 갈대가 아닌

  아득한 시간이다

    -전문(p. 152)

 

   * 블로그 註: 英文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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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영대역 시조선집 『세상의 모든 딸들』에서, 2023. 4. 12. <서울 셀렉션> 펴냄

  * 김일연/ 1955년 경북 대구 출생, 1980년 『시조문학』에 시조 부문 추천 완료로 시조시인이 됨,  시조집『빈들의 집』『서역 가는 길』『저 혼자 꽃 필 때에』『달집 태우기』『명창』『엎드려 별을 보다』『꽃벼랑』『너와 보낸 봄날』『깨끗한 절정』, 동화집『하늘발자국』/ 국내외에 시조를 알리는 작업으로 <시조튜브>를 개국하여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