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확만화경
주경림
빗물이 고인 돌확에 하늘 한 자락이 놀러왔다
새털구름도 날아내렸다
조그만 하늘호수에
가뭇가뭇 새털구름은 사라지고
잎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 비쳤다
지나가던 가을바람이
하늘호수, 빈 나뭇가지 위에
노랗고 빨간, 누렇고 갈색인 이파리들을
한 움큼 떨구었다
돌확, 하늘호수는
은행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들로 울울하다
나무들은 햇살 비추는 대로 아른아른,
바람결 따라 흔들흔들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이파리들은
물고기로 깨어나 돌확 안을 빙빙 헤엄치기도 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하늘호수 풍경은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누군가 돌확에 던져 넣은 동전 세 닢,
동전에 실린 마음이 무거워
놀러 온 하늘 한 자락도
다시 뜨지 못하고 그만 가라앉는다.
-전문(p.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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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3-봄(177)호 <중견시인 20인> 에서
* 주경림/ 1992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뻐꾸기창』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