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면회/ 권달웅

검지 정숙자 2023. 3. 17. 02:28

 

    면회

 

    권달웅

 

 

  최전방 수색부대로 배속된 이등병 아들 면회를 갔다. 눈 덮인 비무방지대 북쪽 고지가 눈앞에 다가왔다. 연병장에 캐터필러 자국과 완전군장하고 저벅저벅 눈 속을 행군하고 돌아온 병사들 군화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무주 구천동에서 면회온 한 어머니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정문 위병초소를 지키는 병사가 자기 아들이라 했다. 그 병사는 차 한 대가 지나갈 때마다 앞에 총 자세를 하고 '태풍' 구호를 외쳤다, 그 소리를 듣는 어머니는 '어매, 또 차 지나간당께. 어매, 또 차 지나간당께' 하고 탄식했다. 혹한의 바람 속에서 기다리는 어머니의 귀에 총소리가 들려왔다.

   -전문(p.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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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3-봄(177)호 <원로 중진 시인 신작시> 에서 

  * 권달웅/ 197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휘어진 낮달과 낫과 푸른 산 등성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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