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그리움은 기다림의 시작이오며/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11. 02:06

 

    그리움은 기다림의 시작이오며

 

     정숙자

 

 

  그리움은 기다림의 시작이오며

  기다림은 긴긴 외롬의 시작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적마다

  주렴처럼 드리운 눈물 안쪽에

 

  섭정(攝政)하는 영혼마저도

  슬픔의 표시인 듯 젖으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지나고

  세 해 네 해 덧없이 흘러

 

  새벽놀 탐스레 벌던 봉오리

  낮도 없이 저녁놀에 접혀지오니

 

  목숨 하나에 고인 그리움

  그 아득함을 임이라 불러

 

  백 년을 씻겨도 첫소리 같은

  시작만이 강물처럼 풀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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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