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매 란 국 죽 마음에 심어/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4. 00:10

 

    매 란 국 죽 마음에 심어

 

     정숙자

 

 

  매란국죽(梅蘭菊竹) 마음에 심어

  마지막 순간까지 가꾸리이다

 

  그 절개

  그 향기

  벗으로 모셔

  만 분 일이나마 닮고픈 바램

 

  제 뜻이 곱고만이 임도 고웁고

  기다림도 아리땁게 엮으오리니

 

  겨울이면 매화로 살고

  가을이면 국화로 피게 하소서

 

  외로움이 절벽과 같고

  적막감에 병 얻어 누울지라도

 

  난처럼 숙이며 대처럼 비어

  이슬빛의 한 생애 맺고픈 바램

 

  빈한(貧寒)한 가슴에 사군자 심어

  절 올릴 그날까지 가꾸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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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